Cuentos cortos | 짧은 이야기들

#차가운_아침

“자기, 왜 이렇게 늦었어?” “왜겠어?” “오늘 좀 샐쭉하다? 무슨 일 있었어? 그건 이리 줘. 다시 데워올게.” “됐어. 그냥 먹을래.” “…무슨 일인지 말 안 해줄 거야? 자기가 이러면 나 속상해.” “네 차 때문이야.” “내 차?” “그래. 그 잘난 롤스로이스! 그놈이 어제 내 차를 찼잖아! 작아서 귀엽다며 먼저 작업 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모...

#글러의_팬아트_챌린지

* 트위터 '글러가 실력을 숨김(@amazing_0101)' 계정의 #글러의_팬아트_챌린지 참여 작품입니다. * 눔시리(@Numsiri_) 작가님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쓰인 글입니다. 그림 원본: [ https://twitter.com/numsiri_/status/1499595490148564993?s=21 ] 그림자여, 눈을 떠요. 아, 그 아가씨. 기...

#사랑이_해낸_일

30여 년 전의 한밤중, 이씨 집안의 막내딸 아진은 거실에 모여 앉은 마녀들과 마주치곤 힘찬 비명을 질렀다. “뭐야? 누구야?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들킨 거지? 맞지?” “쟤 동생이잖아. 그것도 몰랐냐?” “어? 나도 몰랐는데? 원한테 동생이 있었어?” 아진에게 쏠렸던 마녀들의 시선이 일제히 반대 방향으로 쏟아졌다. “하아…….” 마녀들의 시선 끝...

#만족스러운_하루인_셈_쳤다

2021년 12월, 미지와의 조우는 예고없이 이루어졌다. 그리니치 천문대 표준시를 기준으로 크리스마스를 사흘 남긴 밤의 일이었다. 약 한 시간 동안 지구 위에서 갈팡질팡한 우주선이 안착한 곳은 시베리아 평원이었다. 나무 두 그루와 낮은 풀 몇 포기가 희생되긴 했지만, 해를 입은 동물과 인간은 없었다. 이윽고 거대한 우주선의 문이 열렸다. 각국 항공우주기관 ...

7월 31일

※스스로 죽음을 택한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민감한 소재인 만큼, 해당 소재를 대하기 힘드신 분들은 다른 이야기를 읽어주세요. 이 글에 찾아오신 여러분이 누구시든, 어떤 사연을 지니셨든 진심으로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1. 작년 프랜차이즈 대형마트에서 사 온 금붕어는 특별한 녀석이었다. 나는 녀석에게 ‘큐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귀엽다는 의미로 ‘...

작년 이맘때쯤 썼던 글

유월만 되면 그 동네 사람들은 입술이 물에 젖은 휴지처럼 불어터진 양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이맘때는 동네에 사는 사람 누군가가 SNS에 올린 글들이 수많은 반응을 얻었다. 매해 같은 소리임에도, 사람들은 이들의 불만을 퍽 재미있어했다. ...올 것이 왔다. (아파트 창문 너머의 풍경 사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나머지 맞은편 아파트가 인상파 그림처럼 보인...

작년 여름 휴대폰 메모장에 썼던 글

“원래 세계에서도 널 많이 그리워할 거야.” “난 아니니까 떠나기나 해.” 그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 사람의 등을 매몰차게 밀어냈다. 밤이 되었다. 습관처럼 소파 위에 몸을 뉘던 그는 이제 침대가 비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침대 시트 위에는 그 사람의 몸짓이 남겨놓은 주름이 잘잘했다. 그는 시트 가장자리를 당겨 매무새를 정돈한 뒤 침대 위에서 잠이 들었다....

메모: 가장 늙었고 가장 어린 그 사람이, 이번에는 사진가 일에 꽂혀버렸습니다. 그 사람은 약 백 이십 년 뒤의 세상으로 떠나버렸습니다. 그 시절 카메라가 가장 손에 익고 가장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낸다는 이유에서였죠. 그 사람을 다시 만나기 위해 나는 꼬박 백 이십 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사람과 달리 자유자재로 시간을 오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깊은 이별 한참을 걸어가자 드디어 숲이 보였다. 마침내 도시에서 영영 벗어났다. 신발이 달아오르기라도 한 듯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길 나지 않은 숲속, 억세고 키 큰 풀들이 발목과 종아리를 쥐어뜯어도 괜찮았다. 한여름 이슬같이 순간적인 생명을 반짝이는 진드기들이 득실거려도 상관없었다. 그저 이 숲이 나를 찾는 이 세상의 눈동자들에게서 영영 숨겨주기만을 ...

엉너가 줬던 소재로 작년에 썼던 이야기

당신의 날숨이 마구 떨렸다. “정원아.” “자~ 안녕하십니까, 관람객 여러분. 여러분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도슨트입니다.” “정원아!” 당신은 당신의 앞을 가로막은 유리를 두드렸다. “안돼, 이쪽을 봐! 내가 잘못했어!” 당신은 유리가 깨질 듯 손에 힘을 주었지만, 유리 너머 도사린 식물들은 잎 한 장조차 움찔대지 않았다. 당신이 줄...

트위터에 올렸던 것 일부 수정

☃ 아침이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온통 하얗습니다. 오늘도 종일 눈보라가 칠 작정인 모양입니다. 끙, 나는 절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계획을 미룰 수는 없었습니다. 작년 내 그러모은 장작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족히 한 달은 더 장작이 필요했습니다. 나는 비척대며 침대에서 일어났습니다. 간밤 벽에 대충 걸어놓은 털모...

역시 산책하다 썼던 의식의 흐름 글.

안녕, 누군지 모를 아이야! 꽃말의 유래가 궁금하다는 편지를 보냈더구나. 어느 날, 창문을 열었다가 만난 나비가 날개에 실어 온 질문이랬지? 가엾게도.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구나. 분명 그 나비는 초롱나비 혹은 초롱꽃나비였을 거야. 일부러 사람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짓궂은 질문을 속살거리는 녀석이지. 초롱나비의 질문을 들은 사람들은 꼬박 몇 날 며칠을...